1994년, 미국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노아(앤서니 라모스)는 번번이 면접에 낙방하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어려운 살림에도 아등바등 살며 아픈 남동생을 돌보는 처지다.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당장 급전이 필요했던 노아는 결국 절도를 권하는 친구 꼬드김에 넘어간다. 차량 절도를 시도하려다 양심 가책에 포기하기로 한 노아.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범죄에 손 털고 차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차가 제멋대로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이 말썽꾸러기 자동차의 정체는 지구에 7년째 표류 중인 오토봇 군단의 미라지(피터 데이비슨). 엉뚱한 계기로 미라지와 엮인 그는 오토봇과 함께 지구를 구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6일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감독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은 익숙함과 낯섬을 오간다. 시리즈의 7번째 영화인 만큼 오토봇 군단은 이미 낯익은 지 오래다. 든든한 옵티머스 프라임(피터 컬런)을 필두로 여전히 귀여운 범블비, 지성 넘치는 알시(리자 코시)와 과거 시리즈에 등장했던 휠잭(크리스토 페르난데스)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원작 만화에만 나오던 스트라토스피어(존 디마지오)는 처음으로 영화 시리즈에 모습을 비춘다. 여기에 새로운 종족 맥시멀이 함께한다. 맥시멀을 이끄는 옵티머스 프라이멀(론 펄먼)을 필두로 에어레이저(양자경), 라이녹스(데이비드 소볼로프) 등이 극을 더 풍성하게 한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우주 안녕을 위협하는 유니크론 부하 스커지(피터 딘클리지) 등 테러콘 일당은 시공간을 오갈 수 있는 트랜스워프 키를 찾아 지구로 찾아온다. 트랜스워프 키로 고향에 가고자 하는 오토봇들은 테러콘을 저지하기로 마음먹는다. 키를 수호하는 맥시멀은 오토봇과 손 잡는다. 여기에 노아와 엘렌(도미니크 피시백)이 조력자로서 이들과 함께한다. 인간을 불신하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지구를 구할 생각뿐인 노아는 동상이몽을 꿈꾸며 새 격전지 페루 마추픽추로 향한다.
이야기의 단선 구조에 끼어든 건 상투적인 메시지다. 함께라면 강하다는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갈등구조가 순식간에 약화하고, 전투 향방은 마구 뒤집힌다.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움직이자 보는 맛은 부실해진다. 세계관을 전달하는 설명형 대사가 많은 점 역시 몰입을 종종 해친다. 여타 할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감동 유발 장치가 곳곳에 포진해 다소 뻔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예상가는 전개에도 기꺼이 감동받는 수용적인 관객이라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아쉬움을 상쇄하는 건 블록버스터다운 액션이다. 압도적인 규모로 구현한 후반부 전투 장면은 관객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초반 시리즈를 연출한 마이클 베이의 화려함과는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색다른 매력은 분명히 있다. 고릴라·코뿔소·매·치타 등 동물을 본뜬 맥시멀의 움직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역시나 반갑다. “모든 오토봇에게 알린다”고 엄숙히 말하는 옵티머스 프라임부터 역시나 마구 활약하는 범블비 등 기존 인기 캐릭터는 스크린에 담기기만 해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꽃인 카 체이싱(차량 추격 액션)은 이번에도 볼 만하다. 1990년대 초반 모델인 포르셰 911 카레라가 미국 도심에서 기상천외하게 펼치는 추격 장면과 오토봇·테러콘이 차량 형태로 맞붙는 모든 장면이 흥미를 유발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차려내던 아는 맛이 그리웠다면 이번 신작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쿠키 영상은 1개다. 상영시간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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