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났을 때 4년 후 대선에서 같은 후보가 다시 겨룰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아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모두 내년 대선 후보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의 재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 4월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에겐 당내 경선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먼저 출사표를 던진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공화당 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린다. 두 사람이 모두 최종 후보가 되면 두 명의 같은 후보가 2차례의 대선에서 연거푸 대결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이미 심각한 미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혐오 발언과 막말로 지지층을 선동했고 상대 진영을 악마화했다. 이를 타개하겠다며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도 현재까지 크게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둘은 모두 강약점이 뚜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이라는 우위를 바탕으로 각종 유무형 자원을 쉽게 동원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직을 포함해 부통령 8년, 상원의원 36년 등을 지내며 수십 년간 워싱턴 중앙 정계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기득권 이미지, 사고뭉치 아들 헌터의 각종 사건사고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검찰로부터 기밀문서 유출과 사법 방해 등 37개 혐의로, 맨해튼 지검으로부터 문서 조작 등 34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 같은 사법 위험은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출되는 내년 7월까지 그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여론조사기업 모닝컨설트가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둘의 지지율은 42%로 같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반 년간 매주 발표한 둘의 지지율 조사에서도 두 사람 모두 40%대 초반의 지지율에 갇혀 있다.
기소 후 트럼프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호한다”고 했다. 당내 경선의 최대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1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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